홍차 등급은 완성된 찻잎을 체로 걸러 크기와 외관에 따라 나눈 표기입니다. 일본홍차협회는 등급을 '잎의 크기와 외관을 나타낼 뿐 품질의 좋고 나쁨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라고 분명히 적고, 국제적으로 통일된 규격이 아니어서 같은 등급명이라도 산지에 따라 모양이 다르다고 설명합니다. 영어권 위키백과의 Tea leaf grading 문서도 등급을 잎의 크기·온전함·싹(팁)의 양으로 설명하며, 잎이 클수록 우리는 시간이 길고 같은 부피로 같은 농도를 내려면 찻잎을 더 넣어야 한다고 정리합니다.
온엽(whole leaf) 계열은 OP(Orange Pekoe)를 기준으로 위아래가 붙습니다. OP는 길고 가는 잎으로 팁이 거의 없는 기본 등급, FOP(Flowery Orange Pekoe)는 팁이 약간 섞인 고급, GFOP는 팁 비율이 더 높은 등급, TGFOP는 팁이 가장 많이 든 등급, FTGFOP와 그 상위 표기는 최상급으로 분류됩니다. 다만 이 상위 명칭의 풀이는 자료마다 다릅니다. 영어 위키백과는 FTGFOP를 'Finest Tippy Golden Flowery Orange Pekoe', SFTGFOP를 'Special Finest Tippy Golden Flowery Orange Pekoe'로 풀고, 일본어 위키백과는 FTGFOP를 골든팁이 거의 대부분인 것, STGFOP를 실버팁이 대부분인 것, SFTGFOP를 실버·골든팁을 모두 많이 포함한 최상급으로 설명합니다. 같은 약자라도 해석이 갈리므로 라벨의 등급명만으로 품질을 단정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브로큰(broken) 계열은 잎을 일부러 부순 등급입니다. BP(Broken Pekoe), BOP(Broken Orange Pekoe, 가장 흔한 브로큰 기본 등급), FBOP(팁이 섞인 브로큰), GBOP(고른 잎에 팁이 적은 2등급), FBOPF(실론에서 주로 쓰는 표기로, 끝의 F는 패닝이 아니라 '플라워리'를 뜻함) 등이 있습니다. 이보다 더 잘게 부순 것이 패닝(fannings)과 더스트(dust)로, 패닝은 찻잎 조각이 작아 티백에 주로 쓰이고 더스트는 가장 미세한 등급입니다. 일본홍차협회는 실론·인도네시아 등에서 BOPF가 주요 등급이고, 티백용 CTC에는 BP·BOP·PF(페코 패닝)·PD(페코 더스트) 같은 별도 등급이 쓰인다고 안내합니다.
정리하면 등급 표기는 잎 크기와 모양을 빠르게 파악하는 도구입니다. 같은 'BOP'라도 orthodox(전통 찻잎 말이)와 CTC(기계로 부수는 방식)는 잎 모양과 우림 속도가 다르고, 같은 등급이라도 산지·시즌·제다에 따라 맛이 크게 달라집니다. 라벨에서는 등급 약자와 함께 산지, orthodox/CTC 여부, 채엽 시기를 같이 확인하는 것이 실제 품질 판단에 도움이 됩니다.